0331_OUARZAZATE→MERZOUGA: The 7th day
알고보니 3월 31일, 3월의 마지막 일요일, 그러니까 영국을 비롯한 유럽 나라들 써머타임 시작되는 날이라 위치 설정 여전히 런던으로 돼있던 내 핸드폰님이 친히 시간을 써머타임 맞춰 앞당기고 날 한 시간이나 일찍 깨우심이라 ㅡㅡ 너무 어두우니까 주변 구경도 못하고 그냥 방에서 시간 죽이며 뒹굴뒹굴... 이래서 일찍 일어나는 새는 벌레들이 다 자느라 못 잡아 먹고 배곯는다는... 응?
6시 쯤 되니 그제서야 날이 밝아오는데 그래도 여전히 달은 떠있다. 결국 반달이구나... 내일이 사막 가는 날인데 ㅠ_ㅠ
아침 기온은 조금 쌀쌀하긴 하지만 그래도 공기가 신선하니 야외 테라스에서 아침 식사를 하기로 한다.
식사 사진이 이거밖에 없네ㅋㅋ 커피잔에 비친 나. 메뉴는 늘 그렇듯 빵+각종 스프레드(꿀, 올리브오일, 잼, 버터 등)였음.
체크아웃 하면서 어제 저녁이 코스였으니 얼마나 비싸게 나오려나 하며 떨고 있었는데 총 520 디르함밖에 안나옴. 숙박비까지 다 해서 그 가격! 숙박비가 500 디르함이라고 했는데 그럼 저녁 식사값이 20 디르함 밖에 안한단 말야? 그럴린 없을 것 같고... 그럼 계산 착오?ㅋㅋ 하며 좋아했는데 알고보니 여기가 원래 숙박비에 저녁식사, 아침식사까지 포함된 거였다. 추가 20디르함은 음료수 마신 값이고. 어제 다른 데서 저녁 먹고 왔음 진짜 억울할 뻔 했네. 혹시나 해서 살펴보니 오늘 우리가 가는 메르주가의 숙소도 저녁, 아침 식사 포함이다! 씐난다~~ 둘 다 차 없이는 가기 힘든 곳이 돼놔서 서비스로 승부하는 건가ㅎ
자 그럼 이제 메르주가로 출발해야지!
꽤나 긴 여정이 될 오늘의 루트... 총 6개의 드라이브 코스 중 세 번째로 길고 오래 걸리는 코스이다. 비록 거리로는 세 번째 이지만 구글맵 예상 소요 시간은 가장 긴 코스인 메크네스-마라케시 구간 예상 소요 시간과 맞먹음. 그래도 일찍 출발하는 거니까 부지런히 가면 오후 2시 전에 도착해서 잘 하면 오늘 당장 사막 투어 들어갈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품어본다ㅋ 그러면 사막에서 1박이 아니라 2박! 히히
나오는 길 호텔 근처 풍경.
아냐. 이거 완전 문제야! 너네 타이어 빵꾸났어!!
어떡해! 어떡해!! 어떡해!!!
설마설마 했는데 역시나 올 것이 왔구나ㅠㅠ 그래 이 쥐콩만한 자동차를 땅에서도 굴리고 물에서도 굴렸으니 문제가 안 생기면 더 이상한 거겠지;; 근처에 카센타는 있기나 하나?
난 이런 경우 첨이라 완전 방방 뛰고 있는데 무슈 K와 아저씨가 침착하게 차 트렁크를 열고 바닥을 뜯는다. 그러자 그곳에는 크고 아름다운...(?) 스페어 타이어가!!
무슈 K는 직접 타이어를 갈아본 적이 없긴 한데 아저씨가 노련한 솜씨로 지렛대를 차 뒷쪽에 설치하고 들어올린 뒤 바퀴를 쓱쓱 갈아 끼우셨다. 그러고는 우리더러 와르자잣 시내에 타이어 수리하는 곳 있다며 펑크 난 타이어를 고치고 가라신다. 수리비는 20디르함 정도 하는데 자기가 그 근처에서 일하니 거기까지 데려다주고 고치는 것도 지켜봐주시겠다며. 무슈 K는 그럴 필요 없다 하려 했지만 난 또 빵꾸나면 어쩌나 불안해서 결국 타이어를 고쳐서 가기로 했다.
아그들아 내 꽁무니를 쫓아온나! 퐐로우미!!
앞장서시는 아저씨 모습.
잠깐 딴소리지만 여기 이 길 비포장도로 같아 보여도 어젯밤 묵은 그 호텔 가는 길 중에선 제법 포장 도로 축에 낀다는...ㅡㅡ 나와 무슈K는 자갈밭을 달리다 이 길이 나타나면 안도의 환호성을 지르곤 했지ㅋㅋ
타이어 수리 센터. 사실 우리 타이어는 사진의 저 어둠 속의 남자아이가 다 고쳐줬고 이 아저씨는 계속 컵만 씻으심ㅋㅋ
그러고는 피우시던 담배 마저 피우시더니 그럼 안녕 하고 자리를 뜨신 이 아저씨의 이름은 무스타파.
아직도 무스타파 아저씨가 팁을 바라고 우릴 도와주신 건지 100% 선의로만 도와주신 건진 미스테리다. 처음 돈 드렸을 때 아저씨 반응을 봐선 기대도 않고 계셨던 것 같지만 수리를 끝까지 봐주신다더니 돈 받자마자 쌩 가버리신 거 보면 바라신 것도 같음ㅋ 하지만 나쁘게 생각하려면 그보다도 더 나쁘게 생각할 수 있는 법. 이번에도 그냥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우린 모로코인의 따스한 친절을 체험한거야. 그리고 어쨌든 도움을 받은 건 맞긴 맞잖아ㅎ
오늘도 남쪽 지방은 햇볕이 쨍쨍
이제 진짜로 메르주가를 향해 출발하려는데 벌써 9시;; 그...그래도 딴짓 않고 열심히 가면 3시 안엔 도착할 수 있어!!
먼 길 가야하니 근처 주유소에서 기름 빵빵하게 채우고, 가만 보니 차유리 워셔액이 다 떨어져서 워셔액도 채워달랬더니 워셔액이 없단다. 그럼 그건 나중에 채우지 뭐...
메르주가 가는 길 중간 중간 오아시스 마을들이 있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어떤 오아시스 마을은 정말 영화에 나오는 오아시스처럼 황량한 사막지대 가운데 맑은 물이 흐르고 그 주변으로 야자수 나무들이 자라는 예쁜 곳들도 있었다.
이것도 그런 풍경 중의 하나랄까? 이보다 예쁜 곳도 많았는데 사진을 못 찍었네... 달리는 차 안에서 사진 찍는 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니라며 작은 항변을 해본다ㅡ.ㅡ
마라케시-메르주가 구간은 메크네스-마라케시 구간같은 넓고 쭉 뻗은 고속도로가 아니다. 이 사진처럼 좁고 구불구불한 도로인데 차라리 이건 양호한 거고, 초반엔 추락 방지 펜스도 없는 급커브의 좁은 낭떠러지 길을 달려야 했다;; 마라케시-와르자잣 구간에도 그런 길은 있었지만 별로 안 무서웠는데 오늘은 낭떠러지 아래에 뾰족뾰족한 바위들 천지라 너무 무서웠심ㅠ 커브 돌다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그대로 낭떠러지 아래로 직행... 날 세운 저 돌들에 한 줌 가루가 되겠구나 상상함서ㅡㅡ;;
암튼 이런 도로사정 때문에 시속 60~80의 답답한 속도로 속터지게 달려야 했다. 이러니 거리가 더 짧아도 시간은 비슷하게 걸린다는겨...
가는 길목에 야자수 나무가 빽빽히 들어선 밭(?)이 넘 멋져서 무슈 K가 사진을 찍겠다며 잠시 차를 세우고 나갔는데 아니나 다를까 거기서 대기하고 있던 아이들이 봉봉? 거리며 무슈 K를 포위했다ㅋㅋㅋㅋㅋ 얘네들 동정심을 더 유발하려고 그런 건지 무슈 K가 나타나니 갑자기 없던 강아지까지 저 밑에서 허겁지겁 끌어올리더니 대동해서 따라다님-.- 북쪽이나 마라케시에선 삐끼는 있어도 공짜로 뭐 달라고 쫓아다니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는데 어제 호텔 주변만 유독 그런 건가 했더니 모로코 남쪽 지방이 대체로 이런 분위기인 듯 했다. 황량한 지역이다보니 대체로 못 살아서 그런걸까? 좀 안타깝기도 하다.
원랜 이 파란 길 따라 쭉 갔어야 하는데 우린 지금 중간에 저 빨간길로 빠진 거임. 이런 써글 네비! #$^%@$%!#$@! 우리가 어제 오프로드 좀 달렸다고 이제 이게 아예 우릴 4륜 구동 suv 쯤 모는 걸로 생각하는 거야 뭐야!
그리하여 결국 우린 1시간이 넘는 거리를 다시 되돌아가야 했고 이렇게 사막 2박의 꿈도 멀어져 갔다... ㅡㅡ
이젠 그 망할 네비는 아예 꺼버리고 구글맵 보며 ㄱㄱ. 지도를 미리 오프라인으로 저장해뒀기에 망정이지. 저장용량에 한계가 있는 게 단점이긴 해도 역시 구글맵이 갑이다.
가다가 중간에 그나마 규모가 좀 큰 주유소가 보여서 들어가 워셔액이 있냐고 물었더니 아저씨가 오케이 오케이 하며 호탕하게 있다고 큰소리 친다. 그러면서 웬 페트병을 두 병 가져와 그 안의 액체를 우리 차에 부어 넣는데 액체가... 투명해! 투명해도 너~~~무 투명해!! 무슈 K에게 워셔액이 원래 저렇게 맑고 투명한거야? 물었더니 아저씨가 따르는 그 패트병을 가만히 지켜 보던 무슈 K가 나지막히 말한다. 음.......... 물인 것 같은데? ㄱ-
그 사이 아저씨는 우리의 설마 하는 의구심에 쐐기라도 박듯 어머 두 병으로도 모자라네?! 함서 해맑은 표정으로 근처 수도꼭지로 달려가 병에 물을 채워온 다음 그걸 또 부어넣었다ㅡㅡ 그러고는 부른 금액, 무려 50디르함! 아니 뭔 수돗물 값이 50디르함;; 타이어 수리비보다 더 비싸! 바가지임이 분명하지만 따지지도 못하고 그냥 내고 나왔는데 떨떠름한 이 기분. 와이퍼 동작시켜보니 그래도 닦이긴 닦인다;; 그래, 끝까지 긍정 긍정... 님은 수업료 50 디르함 지불하고 응급 워셔액 충전 스킬을 득템하셨습니다!ㅋㅋㅋㅠㅠ
모로코에서 운전하다보면 엄청 흔하게 볼 수 있는 표지판! 어린이 출몰 지역? 아님 야반도주 커플 주의??ㅋㅋ 자세한 의미가 뭐든 간에 어쨌든 사람 조심하란 소리겠지. 하긴 모로코는 고속도로든 어디든 개의치 않고 갑툭튀 무단횡단 하거나 차도를 인도마냥 활보하는 사람들 천지라 한시라도 긴장을 풀 수가 없긴 하다ㅋ
오른쪽 저 표지판도 꽤 자주 보임. 하지만 도통 무슨 뜻인지 모르겠더라는 거... 도로가 뜨거우니까 바퀴 터짐 주의 이런 건가?
이건 흔하게 볼 수 없는 표지판! 대부분 사람 아니면 소가 그려져 있는데 동쪽에 가까워지면서부터 낙타가 소를 대신함. 우왕ㅋㅋㅋㅋㅋ 우리가 정말 사막에 가고 있긴 한가바!ㅋㅋㅋ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낙타다!!!ㅋㅋㅋㅋㅋㅋ
또 차 세워놓고 쪼르르 달려가 사진 찍는 무슈 K ㅋㅋ
난 좀 떨어져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러다 낙타 방구 소리도 들음. 뿌앙~하고ㅋㅋㅋ 첨엔 무슈 K 소행인 줄 알고 뭐야. 멀리 있어서 못 들을 거라 생각하고 맘놓고 배출하는 거야 머야. 했는데 무슈 K가 자긴 정말 아니라고 펄쩍 뜀ㅋㅋ 하긴 소리의 데시벨이 인간의 것이 아닌 듯 했어ㅋㅋㅋ
나 완전 자이언트ㅋ
옆에서 사진을 찍든 말든 열심히 풀 뜯는 낙타님ㅎ
이런 배경에서 봐서 그런가 실제로 보니 생긴 게 꼭 포유류라기 보단 공룡 같았다.
얘 닮아씀. 스테고사우르스. 아... 옛날 공룡 오덕 시절 추억 돋네ㅋㅋ 그 땐 공룡 이름 줄줄 읊고 다녔는데.
이미지 출처는 네이붜.
바닥이 아주 짝짝 갈라졌다ㅎ
열정적으로 작업 중이신 무슈 K를 뒤로 하고 먼저 차로 돌아옴. 길가에 덩그러니 버려놓은 우리 차ㅋ
무슈 K가 사진 찍는 걸 보곤 유럽인으로 보이는 어떤 할아버지도 차를 세우고 나가 사진을 찍었는데 얼마 안가 낙타 주인으로 보이는 어른과 아이가 할아버지를 향해 막 뛰어왔다. 할아버지 식겁해서 도망가는데 쪼그만 애가 끝까지 따라 붙음ㅋㅋ 그러더니 결국 할아버지와 뭐라뭐라 얘길 했는데 듣진 못했지만 아마 낙타 찍은 사진값을 요구했겠지? 할아버지가 아이한테 뭘 줬는지 아닌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아이는 차 앞까지 따라왔고 할아버지는 차 타고 급히 자리를 떴다. 나는 그 모습을 우리 차 안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며 낄낄 거리고ㅋㅋㅋ
마침 무슈 K가 기나긴 사진 작업을 마치고 차로 돌아왔는데 낙타 주인이 우린 미처 못봤나보다ㅋ 불쌍한 할아버짛ㅎㅎㅎ
다시 출발. 가는 길 정말 드문드문 보이는 다른 차들. 차가 별로 안다녀서 그런지 이 근방에 사는 사람들은 차만 보면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한다ㅎ
북쪽과는 확연히 다른 풍경들... 이건 다른 나라, 아니 다른 행성이라고 해도 믿겠어ㅋ 돌이켜 보면 모로코 여행의 묘미들 중 하나가 바로 지역에 따라 천차만별인 풍경이었던 것 같다. 도시들이 저마다 개성이 뚜렷했던 것도 그렇고.
무슈 K 사진 찍는다고 또 잠시 멈춰선 곳에서ㅎ
차가 거의 없으니 길가에 차 맘대로 세우기도 좋고...
안방마냥 자리 깔고 앉아 있기에도 좋음ㅋㅋ
메르주가에 다 와가니 저~~~멀리 보이는 모래산! 샌드 듄!! 이히히힣
근데 어째 여기는 다니는 차들이 다 suv야. 우리만 경차ㅋㅋㅋ 와서는 안될 곳에 감히 온 것만 같은 이 기분ㅋ
가면 갈 수록 듄도 더 크게 보인다.
근데 저 표지판 화살표 방향보면 알다시피 여기에서 웬만한 숙소 가려면 또 아스팔트 도로를 벗어나 왼쪽의 저 비포장 들판을 달려야 한다ㅋ 우리 숙소도 마찬가지. 그래도 이 정도 쯤이야ㅎㅎ 시련을 겪고 대인배로 거듭난 우리ㅋㅋㅋ
사실 아스팔트 도로를 벗어나면 그야말로 벌판이라 따라갈 길이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예약해둔 숙소를 어렵지 않게 찾았다. 왜냐하면 구글맵에 너무나도 정확하게 숙소 위치가 나와 있어서ㅋㅋㅋ 이 캡춰화면이 우리 메르주가 숙소인 리아드 다르 타푸이트 Riad Dar Tafouyte에 도착했을 때의 구글맵 캡춰한 건데 현재 위치 표시랑 리아드 위치랑 아주 딱맞음. 구글맵의 위엄. 오죽 감동 받았으면 내가 캡춰씩이나 했겠냐고ㅋㅋㅋ 나 구글 알바도 아니고 무슨 구글 추종자도 아닌데 너무 찬양하나? 근데 솔직히 구글이 첨에 맵 만들고 할 때는 얘네 왤케 힘들여서 쓸데 없는 짓 하나 그랬는데 내 소견이 짧았음. 이번 여행에서 구글맵이 우릴 살렸당ㅎㅎ
리아드 입구. 모래성 같다ㅎ 예상 외로 규모 있는데??
이건 본관 건물.
브라임 아저씨가 곧장 우리 방을 안내해주셨는데 무려 독채ㅎㅎㅎ비록 본관 건물에서 한 스무 걸음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이긴 하지만.
방문을 여는 순간 깜놀! 아니 난 분명히 더블베드룸을 예약한 것 같은데 베드가 더블이 아니라 룸이 더블이야! 방 두 개!!ㅋㅋ
독채인데다 인테리어도 넘넘 예쁘고, 한 개는 전기 콘센트 외에 쓸 일 없었지만 아무튼 방이 두 개나 될 정도로 실내 공간 넓고, 암모나이트 화석으로 장식돼있는 화장실 세면대도 넘 깜찍하니 맘에 듦ㅎㅎ
다른 도시에서 머문 숙소들도 다 예뻤지만 여긴 특히 맘에 든 곳인데 내가 사진을 개떡같이 찍어놔서 (특히 거실 사진은 우리 짐짝들 널부러 놓고 찍어서 난잡함ㅋㅋ) 브라임 아저씨한테 괜히 미안하네ㅋ
짐 풀고 본관 쪽으로 나가니까 왼쪽 야외 테이블에 민트티 준비해놓으신 브라임 아저씨.
우리가 지금까지 경찰에 두 번이나 걸려서 한 번은 벌금을 700 디르함이나 냈다고 했더니 아저씨가 막 웃으시면서 그게 일반적인 벌금 액수긴 한데 말만 잘 하면 봐주기도 한단다. 자기 같은 경우엔 사막에서만 살다가 나와서 몰랐다고 사정하면 봐주기도 하고, 보통은 젊은 경찰들이 잘 봐준다고도 했다. 그치. 그러고보니 우리 봐준 와르자잣의 경찰이 좀 파릇파릇 하긴 했어.
우리처럼 경차 끌고 이런 곳에 와도 되냐고 했더니 남쪽 동네(특히 마라케시)에서 빌린 차가 아니면 상관 없단다. 다만 남쪽 렌트카들은 험한 지역을 많이 다녀서 차들이 고장이 잦다는 말씀.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우린 북쪽에서 빌려와서 다행이야.
사막 생활이 좋으냐고 여쭤봤더니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대답하시는 브라임 아저씨. 아저씨의 남동생들 중에 몇몇은 여기 여행 온 외국 여자들과 눈맞아서 결혼해 외국 나가 살고 있기도 하지만 매일같이 전화해 사막이 그립다고 한단다ㅎㅎ 그런데 사실 여기 사는 많은 베르베르 남자들이 외국 나가 돈벌며 살고 싶은 맘에 국제 결혼을 노리고 외국 여자 여행객들을 꼬시려 들기도 한다고ㅋ 어쨌든 브라임 아저씨는 베르베르 여인과 결혼해 가정도 여기에 꾸렸고, 아저씨처럼 메르주가에 남아있는 다른 남동생과 함께 이곳을 운영하고 있단다.
내일 오후 4시에 출발하는 사막투어를 예약했는데 우리만 가는 건 아니고 지금 여기 머물고 있는 스페인 가족과 함께 가게 된다 했다. 조금 있으니 그 스페인 가족이 나타났는데 젊은 부부와 인형 같이 예쁘게 생긴 어린 남매였다. 아빠 이름은 토니, 첫째 딸의 이름은 마리나, 막내 아들 이름은 아빠와 같은 토니. 엄마 이름은 까먹었... ㅡㅡ;; (아주머니 미안요ㅎ) 아무튼 저녁 시간 될 때까지는 이 가족과 대화를 나눴는데 부모들이 참 좋은 사람들 같았다. 아이들도 착하고, 부모 따라 해외 여행을 종종 다녀서 그런가 모르겠는데 자기들 눈엔 신기하게도 보일 법한 우리를 전혀 스스럼 없이 대해줬다ㅎㅎ 보통 동양인 첨 보는 서양 애기들은 낯도 되게 많이 가리고 심지어는 왜 눈이 찢어졌냐고 악의 없는 돌직구 날리는 경우도 있는데ㅋㅋㅋㅋㅋㅋㅋ 다행히 얘들은 그런 케이스가 아니어서 우리도 맘이 편했음.
얘는 이곳에 사는 개 럭키!
남자애라 그런지 무슈 K보다는 나에게 예쁨 받는 편을 택함ㅋㅋㅋㅋ
점심도 굶어가며 달려와서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저녁 시간!
여기도 코스인데 샐러드부터 한끼 식사가 될 지경!
애피타이저로 감자칩도 나왔다. 달달하고 바삭바삭한 맛난 감자칩ㅎㅎ
메인 요리! 모로코에서 처음 먹어본 음식이었는데 이름을 까먹었다ㅠ 모로코에 따진과 꾸스꾸스, 그릴 외의 요리가 존재한다는 걸 알게해 준 음식. 어쨌든 이것도 맛있었어ㅎㅎ
여기도 디저트는 오렌지+설탕+시나몬 조합인데 뽀나스로 사과가 곁들여져 있다.
우리 숙소만큼이나 아주 만족스런 식사를 끝내고 쉬고 있는데 갑자기 소규모의 베르베르 민속 음악 공연이 펼쳐짐ㅎ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요리사 청년, 자주는 못 본 이름모를 아저씨, 모하메드 그리고 브라임 아저씨의 동생 아트만 아저씨.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북도 치고
장구도... 아 이건 아닌가ㅎ
이제 체험 삶의 현장 시간ㅋㅋ 아저씨들이 우리더러 직접 연주해보라고 부추기는 걸 다들 뻘쭘해하고 있었는데 막내 토니가 먼저 하겠다고 나섬. 너가 용자다ㅎㅎ
하나 둘 씩 동참하다 결국 무슈 K도 레슨을 받았다ㅋ 저 북이 왼손, 오른손 따로 놀게 쳐야해서 좀 헷갈렸음.
욕심 많은 토니 쥬니어. 잘 안되니까 거의 될 때까지 할 기세로 계속 붙들고 치고, 거기에 누나 마리나도 합세ㅋㅋ
잘난 척이 아니고 솔직히 북은 내가 젤 잘 친 거 같지만 실력자는 말없이 뒷켠에서 캐스터네츠(?)나 짝짝짝ㅋㅋㅋㅋ
공연 끝나고는 밖으로 나와서 우리 숙소동 앞 테이블에 앉아 시원한 밤바람 맞으며 여유를 즐겼다.
웬만해선 안 찍는 셀카도 기분이 좋아 한 방ㅎㅎ 근데 현실을 외면한 사진이다! 내 피부가 겁나 좋아보옄ㅋㅋㅋ 이래서 역시 사진은 화질이 안좋아야돼. 실제로도 저랬음 내가 원이 없겠음ㅋ큐ㅠㅠㅠㅠ
본관 앞 야외 테이블에서 열심히 수다 중이신 브라임 아저씨도 보이고...
오느라 들인 수고가 전혀 아깝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메르주가. 이 곳의 첫째 날 밤이 저물이 간다.
그리고 내일은 드디어 사막이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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