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28_MEKNES→MARRAKECH: The 4th day





아침에 1층 응접실로 나가보니 두어 테이블 정도 다른 손님들이 먼저 내려와 식사를 하고 있었다. 손님이 우리 뿐인 게 아니었단 말인가!
암튼 여기 아침상에서도 빵과 각종 스프레드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고, 나중에 주인아저씨가 나타나시더니 안녕하세요!라고 한국말로 인사를 건네셨다ㅎ




여긴 어젯 밤에 인터넷 하느라 머물렀던 2층의 그 어두컴컴한 응접실인데 주인아저씨께서 소파를 중국에서 들여오신 모양ㅋㅋ 암튼 마라케쉬까지 갈 길이 바쁘므로 아침식사 마치자마자 메크네스 뜰 준비를 하고 체크아웃 했다. 메크네스는 정말로 이렇게 잠만 자고 가는 도시가 되는구나;; 이게 다 그 망할 네비 때문이라고! 아오!!




아침의 메크네스 메디나. 땅이 젖어 있다. 여전히 비가 온다...









메디나를 빠져나오면 등장하는 널따란 광장.
 


앗 모로코 메크네스에서 한국 스님 마주침ㅋㅋ




하늘색 택시가 서 있는 저 부근이 어제 차사고가 난 문제의 장소다. 딱 저 택시처럼 여기서 잠깐 정차했다가 다시 출발하려는데 출발 2초만에 뒤에 오토바이가 와서 들이받은 거 ㅡㅡ



주차장에 도착해서 밝은 빛 아래 다시 차 뒷바퀴를 확인해보니 휠이 수박마냥 아주 두쪽으로 짝 갈라져잇다. 근데 휠이 플라스틱이야... 뭐야... 이래도 되는거야? 우리가 돈 아낀다고 아무리 싼 차를 빌렸기로서니ㅋㅋㅋ 어쨌든 풀보험도 들어놨겠다, 설마 플라스틱 휠 깨진 거 가지고 보험금 최대 수령 금액을 초과하는 수리비가 나오진 않겠지. 외국에서 렌트카 사고난 거 치곤 경미한 수준의 뒷감당임에 감사하며 오늘의 목적지 마라케시로 출발.




오늘의 이동 경로. 모로코의 수도 라바트와 이름만 유명하지 볼 건 없다는 카사블랑카를 거쳐 남으로 남으로 쭉쭉 내려간다! 6개의 드라이브 구간 중 두 번째로 긴 거리인 약 470km. 근데 말이 두 번째로 긴 거리지 실상은 첫 번째로 긴 거리랑 5km정도 밖에 차이 안남ㅋ 예약해둔 숙소에 저녁 6시까지 도착할 거라고 말을 해뒀는데 구글맵 예상 이동 시간이 약 4시간 40분이므로 그 전에는 충분히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우왕 쫙 뻗은 고속도로. 나중에야 안 거지만 메크네스-마라케시 구간이 모로코 전국 통틀어 제일 좋은 도로인 것 같다. 하지만 속도 단속 경찰들도 제일 자주 출몰하는 구간이랬으니 조심해야지.



메크네스-라바트 구간에서 기대치도 않은 절경의 향연이 펼쳐짐. 고속도로 옆으로 너른 벌판이 펼쳐져 있는데 우리가 계절을 잘 만난 건지 (사진엔 잘 안 나오지만)그 위에 들꽃들이 정말 빨주노초파남보로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게다가  가운데에 풀과 꽃으로 만들어진 친환경 중앙분리대라니. 들이받아도 행복할 것 같은 느낌이야 ...

 


아무리 발악을 해도 사진으로는 그 아름다움의 절반조차 담을 수 없었던 게 안타까울 뿐...



모로코의 흔한 풍경. 고속도로가의 풀밭에서 양치는 모습. 뒤에 너른 벌판 남겨두고 왜 차들 쌩쌩 달리는 고속도로 근처로 와서 양들 풀 뜯게 하는 건지는 아직까지 좀 미스테리.



정말 가는 길 내내 우와하고 계속 탄성을 지르면서 갔다. 여느 유럽 시골 풍경보다 훨씬 아름다운 모로코 전원 풍경!



구름 사이를 통과한 햇빛이 스포트라이트처럼 저 멀리 산봉우리 위로 내리 쬐면서 근사한 그림을 만들어냈던 곳. 무슈K가 여길 보자마자 와 여기 천국인가봐! 라고 소릴 질렀을 정도인데... 역시 사진은 안습ㅠㅠ
하긴 가만 서서 찍었어도 힘들었을 판에 달리는 차 안에서, 그것도 밝은 야외 빛 때문에 액정 화면이 거의 보이지도 않아 프레임조차 못 맞추고 막 눌러댔는데 멋있게 찍히는 게 이상한 거지ㅋㅋ 사실 무슈K는 풍경이 새로 바뀔 때마다 사진 찍으라고 난리를 쳤으나 나는 사진 찍다보니 풍경은 제대로 못 보고, 멍청한 카메라는 찍으라는 풍경엔 초점 안 맞추고 윈드쉴드 위 벌레 터진 얼룩들에 자꾸 초점 맞추고, 그렇다고 겨우 하나 찍으면 그게 실물만큼 예쁘게 나오는 것도 아니라 나중엔 승질나서 걍 눈으로 보고 내 맘 속에 간직할거라 버럭하고 때려치움ㅋ 그래서 메크네스-라바트 구간 절경 시리즈는 이것으로 끝.



라바트에 가까워지니 길이며 로터리도 뭔가 다른 동네보다 깔끔한 느낌이고 경찰들도 더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떻게 내가 찍은 라바트 시내 사진이 한 장도 없는지. 눈으로만 보고 마음에 담겠다는 다짐을 너무 충실히 이행했나봐ㅋ 막상 여행 가선 몸이 베베 꼬일 정도로 사진 찍기 귀찮아하고, 다녀와서 여행기 쓸 땐 사진 많이 안 찍은 거 후회하는 사이클의 연속ㅡㅡ; 아무튼 구글링한 라바트 이미지라도 대신 투척-_-



근데 이상한 게 우린 라바트가 목적지가 아니라 그냥 거쳐가는 곳일 뿐인데도 네비는 우릴 라바트 도심으로 안내했다. 도시 외곽을 지나가는 고속도로가 없어서 그러나 싶어 그냥 가라는대로 가긴 했는데 나중에 구글 지도 길찾기로 보니까 도심 안 지나가도 되는 거 같더만 ㅡㅡ 시내에 진입하니 역시 차들도 많고 무단횡단 하는 사람들도 많고 어제의 메크네스 사고 악몽이 떠올라 잔뜩 긴장했다. 그러다 엄청나게 커다란 오거리가 나왔는데 이건 뭐 신호등도 안보이고 차들은 얽히고 섥혀있고 어쩌라는 건지... 그래서 우리 앞차가 길을 건널 때 우리도 따라 길을 건넜는데 갑자기 오거리 중앙을 지키고 있던 경찰 아저씨가 손을 까닥까닥하면서 우리더러 도로가에 차를 세우란다. 뭔일인지도 모르고 일단 차를 세웠는데 경찰 아저씨 하는 말이 우리가 빨간불인데 길을 건넜다고! 아니 신호등이 있긴 있었단 말야? 알고보니 모로코 신호등은 도로 중앙 쪽으로 고개를 쭉 내밀고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오른쪽이나 왼쪽 인도 위에 조그맣게 서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자 하는 의지가 그닥 없는 듯한 모습으로;; 그리고 우린 앞차가 건너가서 따라 건넌 것 뿐인데 왜 걘 안 잡고 우리만 잡음?ㅠㅠ

일단, 경찰 아저씨가 영어를 거의 못하는 사람이라 내가 일단 머리를 굴린다고 굴린 게 우리도 불어 하나도 못하는 척 하고 못 알아 듣는 척 하면 아저씨가 설명하기 귀찮아서라도 봐주지 않을까... 하여 바보 행세(?)를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아저씨가 벌금이 무려 700디르함이라고 했을 때도 계속 어깨 으쓱으쓱하면서 이해 못하겠다는 식으로 나갔다.

하지만 내 기대완 달리 아저씬 절대 물러설 생각이 없어보였고 분위기는 오히려 점점 싸해지는 거 같더니 급기야는 무슈K가 700디르함이 말이 돼냐며 근처에 경찰서 있으면 같이 가자고 해 결국 나만 차에 남겨두고 둘이 어디론가 사라졌다. 문제는 우리가 차를 세워둔 곳이 택시 대기줄이어서 자꾸 택시 기사들이 왔다갔다 하며 차 빼라고 뭐라 하고 나는 그 때마다 경찰이 여기 세우랬다고!! 라며 해명하고, 게다가 땡볕 날씨임에도 시동을 못켜(시동 켜면 아저씨들이 차 안 뺀다고 더 뭐라 할까봐) 에어컨도 못 켠 채로 차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고(빡친 아저씨들이 덤벼들까봐) 앉아만 있었는데 아... 이래서 종종 여름철 차 안에 혼자 남겨진 강아지들이 쪄죽는다는 거구나 실감함ㅡㅡ

무슈K는 40분 쯤 지나서야 차로 돌아왔는데 그때까지 난 후끈후끈한 차 안에서 정신이 혼미한 상태로 혹 무슈K가 공무집행 방해죄로다가 어디 끌려간건 아닌지, 아님 경찰아저씨랑 몸으로 맞짱 뜨고 있는 건 아닌지 별의별 생각을 다 하고 있었다. 어떻게 된거야? 하고 물어보니 벌금 정말 700디르함이 맞나봐. 하면서 벌금영수증을 보여주는 무슈K. 결국 모로코 경찰에게 거금 700 디르함을 뜯기고 말았다는 이야기ㅠㅠㅠㅠ




문제의 벌금 영수증. 700디르함이 맞긴 맞는데... 가만 보니까 1급 위반이 700디르함인 거. 신호위반이 1급 위반인 건 맞는거야?? -_ㅠ



여행 오기 전에 읽었던 수많은 모로코 여행 후기들 중 모로코 경찰한테 걸리면 뒷돈을 300~400디르함 정도 쥐어주면 무마하고 넘어갈 수 있다는 글을 본 것도 같지만 우리를 잡은 그 경찰 아저씨는 혼자만 번쩍번쩍하는 새하얀 경찰 코트까지 걸치고 있어서 뭔가 남달라 보였던 데다가 얼굴조차 워낙 강직하게 생겨서 뒷돈을 내밀 엄두조차 안났다.
얼마나 강직하게 생겼느냐면...





매트릭스 모피어스랑 똑 닮았음!!
뒷돈 받는 모피어스라니 상상도 할 수 없다규ㅠㅠㅠ


하지만 기왕 뜯긴 거, 이거 때문에 우리의 여행 기분을 망쳐선 안되니까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우린 700디르함짜리 모로코 경찰 투어 체험한 거라고. 이건 또 얼마나 특이한 경험이야! 라면서 애써 웃으며 서로를 위로함ㅠㅠ
아무튼 메크네스에서도 그렇고 라바트에서도 그렇고 모로코 도시 운전은 이미 호되게 당한터라 그 다음 경유지인 카사블랑카에서도 도심을 거쳐가게 될까봐 잔뜩 긴장했는데 이번엔 다행히 네비가 도시 외곽 고속도로로 안내한다. 아 다행이야... 안심하고 있는데 무슈K가 무심코 갈림길을 잘못 타서 카사블랑카 도심 방향으로 진입함. 꺄아아아앇ㅓㅁ낳;ㄴㅁ리ㅓㄴㄹㅣㅓㅇㄶㅁ;




차 돌리라고 막 소리 지르고 돌릴 곳은 가도가도 안나오고 해서 초패닉이었는데 도시 맨 첫 번째 사거리에서 겨우 유턴했다. 그래도 그 와중에 카사블랑카에 살짝 발 담그고 나온 인증샷이랍시고 카사블랑카라고 적힌 빌딩 사진 한 장 찍어옴ㅋㅋ




라바트에서 경찰 체험하느라 시간이 많이 지체돼 우리 밥도 굶어가며 열심히 달려가고 있었건만 차가 밥 먹을 시간이 돼 어쩔 수 없이 휴게소에서 잠시 쉬어 가기로 했다.




시설이 꽤 좋았던 휴게소. 돌이켜보면 모로코 여행 다니는 동안 들렀던 휴게소들 중 젤 좋은 곳이었어.



차 그늘에서 더위 피하고 있는 개님. 안녕?




차 밥을 먹였으니 우리 밥도 먹어야지 하고 들어온 식당. 이 휴게소가 엄청났던 게 공짜 와이파이가 엄청 빵빵하게 잘 터졌다는 거다ㅋ 현지 심카드 사는 법도 있었는데 이 땐 그걸 몰라 못사서 와이파이 되는 곳에만 가면 아주 그냥 물 만난 물고기ㅋㅋ




깨진 접시에 서빙되어 나온 햄버거ㅎ 그래도 맛은 그럭저럭 보기보다 괜춘했다.




고양이 천국 모로코에선 휴게소에도 어김없이 냥이가ㅎㅎ
식당 안을 활보하며 여기저기 구걸 다니다 결국 나한테 빵쪼가리 적선 받으신 냥이님ㅋ


휴게소에 딸린 편의점인데 브랜드가 귀엽당ㅎ 이름도 '미니 브라임'이래. 그러고보니 쉐프샤우엔에서 나한테 말건 꼬마애 이름도 브라임이랬는데 흔한 이름인가? 여기서 간식거리와 졸음운전방지용 껌을 구입했는데 휴게소라 그런지 가격은 귀엽지 않았음.  



휴게소 뒷편에 놀이터도 있다.
 



다시 출발해볼까 하고 핸드폰 네비를 켰는데...
아까 와이파이 접속한 그 사이에 네비가 지 맘대로 자신을 업데이트 하고 있었다;; 근데 중간에 취소도 안되고 업데이트 완료되기 전까진 앱도 못써!! 자동업데이트 해제 해놨어야 했는데 이럴 줄은 몰랐지;; 그래서 결국 이 휴게소에 발목 잡힘. 다운로드 용량도 엄청나서 한 세월 걸릴 기세ㅠㅠ
아침에 완전 여유있게 출발했는데 오늘도 이런 저런 삽질로 인해 일정이 늦어져 저녁 6시까지 마라케시 도착 못할 것 같아 예약해둔 리아드에 메일을 보냈다. 저녁 8시에 도착할 것 같다고...
업데이트 완료하는덴 거의 50분 쯤 걸렸던 것 같다. 아오...ㅠㅠ





다행히 이 휴게소부터 마라케시까지 가는덴 큰 문제 없었다. 남쪽에 가까워오니 바깥 풍경은 점점 초록빛이 줄어들고 황토빛으로 변해갔다. 하지만 마라케시 시내 도착할 때까지 사진 한 장 안찍었다는 거ㅎ
그래도 아까 미니 브라임 편의점에서 산 과자 사진은 찍었더군ㅋㅋㅋ 우리나라 캬라멜땅콩 같은 맛일 줄 알고 산 건데 소금 땅콩맛이여써... 대실망. 맛없어서 반도 못 먹음ㅠ





마라케시에 진입하고부터 우린 다시 바짝 긴장하기 시작했다. 안그래도 지금까지 지나쳐 온 도시들에서 모로코 드라이빙의 쓴맛을 보았는데 마라케시는 그 중에서도 운전 더럽게 하기로 악명이 높은 곳인지라... 그렇다면 우리가 실제로 경험한 마라케시 드라이빙 소감은?? ...무엇을 기대하든 그 이상을 경험하리라...ㅋㅋㅋ 자가용 운전자들도 운전 매너가 험악해서 조금만 출발이 늦으면 빵빵거리고, 우리가 도착했을 때가 저녁 7시 퇴근 시간 즈음이라 도로가 혼잡한 와중이었음에도 너도 나도 끼어들고 앞지르기 하고... 그런데 설상가상인 건 오토바이가 너무 너무 많은데다 이 오토바이들이 소리 소문도 없이 차 사이를 막 누비고 다닌다는 거다. 안그래도 메크네스에서 오토바이에 놀란 가슴인지라 난 오토바이가 우리 차 옆에 나타나기만 해도 빽빽 비명을 질러댔는데 나중엔 무슈K가 자기도 같이 놀라니까 진정 좀 하라고 했을 정도였다ㅋㅋㅋ 여하튼 사람들이 왜 오토바이가 위험하다고 하는 건지 모로코에서야 절실히 깨달았다. (오히려 내가 예전에 스쿠터 몰고 다닐 땐 몰랐는데 말이지ㅋㅋ) 차라리 안전을 위해서라면 폭주족들이 튜닝하는 그 빠라바라바라밤 내지는 부릉부릉 효과음 장치를 모든 오토바이에 의무적으로 달게 해야 된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자가용 운전자들이 오토바이가 다가오는지 확실히 알 수 있도록ㅋㅋ

아무튼 끼어드는 차 주의+헤집고 다니는 오토바이 주의+어디에 숨어있을지 모르는 신호등 주의+로터리 진입 시 좌우 주의 이 모든 걸 동시에 해야하기 때문에 멀티태스킹 능력이 매우 요구되는 마라케시 드라이빙. 그나마 조수석에 앉은 내가 숨은 신호등 찾아내는 역할과 우측으로 접근하는 오토바이 경계 역할 및 로터리 진입시 우측 주시 역할을 전담했기에 겨우 거길 운전해 다닐 수 있었는데 마라케시 사람들은 이런 카오스 속에서 대체 어떻게 혼자 운전을 할 수 있는 건지 의문이다ㅡㅡ

우리가 예약한 숙소에서 젤 가까운 주차장이 쿠투비아 모스크 뒷편에 있다고 해 일단 쿠투비아 모스크를 찾아갔는데 여기서도 오토바이가 우측에서 갑툭튀 하는 바람에 주차장에 진입할 타이밍을 놓쳤다......... 덕분에 길을 엄청나게 빙 돌아 한 15분은 더 헤매다 다시 쿠투비아 모스크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정말 주차장까지 무사히 살아 도착한 것만 해도 감사할 지경이다.

여기 주차장은 다른 동네보다 주차비를 배로 더 받는다. 보통은 하루 주차요금 20디르함이면 되는데 여긴 40디르함;; 모로코 제일의 관광도시라 그런 것도 있겠지만 이 사람들도 여행객들이 마라케시 시내를 운전해 오는 동안 진이 다 빠져 바가지 요금을 따질 힘도, 더 싼 주차장을 찾아 다시 차를 끌고 나설 용기도 없음을 아는게 아닐까ㅋㅋ




쿠투비아 모스크에서 젬마 엘프나 광장 가는 길. 그런데 신기한 건, 마라케시가 삐끼들의 천국임이 유명하기도 하고 내 기억에도 분명 젬마 엘프나 광장 버스정류장에 내리자마자 길안내 삐끼가 달라 붙을 정도였는데, 이번엔 숙소까지 헤매며 가는 동안 삐끼가 단 한 명도 안 달라 붙었다는 거다. 우리가 넘 늦게 도착해서 삐끼들이 다 퇴근한겐가ㅡㅡ;
도착하기 전부터 무슈K에게 마라케시는 삐끼가 많으니까 조심하라고 단단히 주의를 주었는데 막상 오니까 아무도 우릴 안 잡아서 좀 서운할 정도였음ㅋㅋㅋ


예약해놓은 숙소는 젬마 엘프나 광장에서 메디나 안으로 얼마 안 들어가 눈에 잘 띄는 곳에 위치하고 있어 찾기가 쉬웠다. 그런데 웬걸, 우리가 예약했음에도 불구하고 방이 다 차서 없다고 한다;; 예약 확정하려면 카드 번호를 알려달라는 메일을 보냈는데 내가 답이 없어서 예약이 취소됐다고. 근데 그 메일 보냈다는 시간이 오늘 우리가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던 시간. 헐... 그것도 아까 그 와이파이 터지는 휴게소는 이미 지난 후에-_- 며칠 전에 이메일로 예약했을 때는 카드번호고 뭐고 물어보지도 않고 오케이 하길래 얘넨 예약금도 없이 예약을 확정해주는 되게 쿨한 애들이구나 했는데... 아놔... 쿨은 개나 줘ㅡㅡ
어쩌지 하다가 여기 직원이 그 근처의 다른 리아드를 소개시켜주길래 일단 그리로 갔다. 방을 보고 묵을지 말지 결정하겠다고 했는데 방은 좀 후줄근했지만ㅋ 뭐 벌레나 쥐가 나올 정도는 아닌 것 같고 가격도 싸고 해서 그냥 묵기로 함.




숙박부 작성 중. 그런데 무슈K가 우리가 원래 묵으려 했던 리아드랑 여기랑 같은 체인인 줄 알고 저 직원한테 씩씩하게 아까 그 리아드 내일 빈 방 나오면 알려주세요! 라고 부탁하는 걸 내가 옆에서 복화술로 그근 믈흐지 읂는게 조을튼드... (그건 말하지 않는게 좋을텐데...)라고 눈치를 줌. 하지만 그 이후로 어쩐지 저 아저씨 눈을 똑바로 볼 수 없었다는...




짐은 숙소에 던져놓고 야시장이 한창인 젬마 엘프나 광장으로 다시 튀어나왔다.



저녁먹을 시간이라 일단 배부터 채우자 하고 야시장 노점음식점들을 둘러보는데 트립어드바이저 No.1이라고 쓰인 곳이 있어 기왕이면 일등한 집에서 먹어야지! 하고 망설임 없이 들어갔다. 그런데 나중에 자세히 보니 No.1은 여기 야시장 1번 식당이라는 거고 트립어드바이저는 그냥 쌩뚱맞게 그 위에 마크만 그려넣어놨던 거 -_-;;;
사진은 그 1번 식당 애샤네 집에서 우리 서빙을 담당했던 아저씨. 우리가 비록 낚이긴 했으나 이 분은 워낙 친절친절로 무장하셔서 팁까지 챙겨드림ㅎㅎ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식당 안.







우리가 주문한 음식들.
브로솃 두 접시와 새우구이...



무슈K가 양 모자라다고 해서 시킨 치킨 따진.



그리고 모듬 야채 구이ㅎ




먹으니까 신나서 한껏 부풀어 오른 나의 광대ㅋㅋㅋ
나 사실 인터넷에서 웃기거나 신난다는 걸 '광대 폭발' 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를 잘 몰랐는데 지금 내 사진 보고 이해했엌ㅋㅋㅋ
백문이 불여일견ㅋㅋㅋㅋㅋㅋㅋ ㅠㅠㅠㅠ



밥 다 먹은 후엔 야시장 구경. 여긴 뭐하는 건진 모르겠는데 사람들이 빙 둘러 앉아 저 탬버린 같은 걸 치고 있었다. 무슈K가 여기 몰카(?)를 찍고 있으니까 진행자 아저씨가 우릴 발견하고 달려와선 탬버린을 쥐어주려는 걸 그걸 받아들면 돈을 내야할 것 같단 생각이 들어 도망쳐나옴ㅎ



여기에선 어떤 아저씨가 뭐라 뭐라 이야기하는 걸 사람들이 들으면서 웃고 있었다. 약장사 같은 건가?ㅎㅎ 그런데 아랍어로 이야기를 하니 무슨 소린지 알아들을 수가 있어야지.




이건 멀리서 보고 웬 사이비 종교 집회 같은 광경이지 했는데 가까이서 보니까 음료수병 낚기 게임이었음ㅋㅋ 저 낚싯대 끝에 도너츠 모양의 링이 달려있는데 그걸 이용해서 음료수 병을 자빠뜨리면 그 음료수를 가져갈 수 있다. 쉬워 보이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은 모양. 많은 사람들이 고전하고 있었다ㅋ


요란벅적한 야시장에서 혼자만의 공간에 계신듯한 팝콘 파는 아저씨.


야시장을 배경으로 기념사진ㅎ




메디나도 잠깐 둘러봤는데 그러다 불쌍한 당나귀 두 마리 발견. 저렇게 혀 빼물고 있으니까 더 불쌍하다. 예전에도 마라케시에서 엄청 세게 채찍에 맞아가며 죽을 힘을 다해 달리던 당나귀 보고 참 불쌍하다 생각했는데 하여튼 얘넨 표정까지 항상 우울해서 특히 더 가여워 보이는 동물임. 곰돌이 푸우의 이요르 캐릭터가 괜히 나온 게 아니라니깐.




젬마엘프나 광장을 내려다볼 수 있는 테라스 식당 중 하나. 근데 지금 테라스가 문제가 아니라 달이... 달이... 환한 보름달이야!!ㅠ 우리 4일 뒤면 사막 가는데 별 안보이게시리ㅠㅠㅠㅠ




숙소로 돌아가기 전, 광장 내 까페에 들어가 민트티 한 잔 마셔주고...




마라케시의 명물 생오렌지쥬스는 내일부터 실컷 마셔주리.




숙소로 돌아와 곱게 벗어놓은 신발. 한국인이라면 좌식생활은 버려도 탈족(?)생활은 결코 못 버리지ㅋㅋ 자기 전, 혹시나 해서 부킹닷컴 들어가 검색해봤더니 당장 내일이라 떨이로 나온 건진 몰라도 평이 엄청 좋으면서 가격까지 저렴한 리아드들이 꽤 있었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지 싶기도 하고 다양한 숙소를 체험해보는 것도 여행의 묘미다 싶기도 해 내일은 다른 리아드를 예약함.


이제 겨우 여행 4일 째인데 한 네 달은 여행한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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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아, 저 고속도로 다시 달려보고 싶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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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우리의 가슴 속에 영원히~~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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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hello Im a Moroccan Girl,i like your photos it looks you did a nice trip here.i hope you enjoyed your time
      you are welcome anytim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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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Thank you Manar! Nice to meet you :) Actually, I was going to write this blog in English as well, but, my travel diaries are too long so I'm gonna translate them later. Sorry for the moment that you only can see my photos and cannot understand the words. However, it was an amazing trip and Morocco is one of the favorite places among the countries where my husband and I have ever visted! I hope that we go there again and also visit other cities and towns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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