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feel lucky today: The Saatchi Gallery & Peter Jones



무슈K의 고난의 논문 기간이 끝난 기념으로 간만에 주말 나들이♥
이번 주말은 날씨가 내내 구리다는 사실이 안타깝긴 하지만 너무 오래도록 외출을 못한지라 폭풍이 몰아친다해도 기필코 나가야겠다는 마음이었다.
생각같아선 교외로 놀러가고 싶었지만 시내도 아직 구석구석 못 본 곳이 많으니 욕심을 버리고 가까운 곳부터 돌기로 했다. 그리하여 출동한 곳이 사치 갤러리Saatchi Gallery와 그 건너편 피터 존스Peter Jones 백화점 꼭대기층 까페. 사실 나는 두 군데 모두 이미 가봤지만 무슈K는 둘 다 못 가봤기에 내가 자비를 베풀었음.

사치 갤러리는 현대 미술품을 전시하는 갤러리이다. 부자 동네인 첼시Chelsea에 있어서 그런지 이름부터 사치스럽다...는 아니고 설립자 이름이 사치Saatchi임ㅋ 현대 미술품을 다루는 또다른 미술관들 중 그 유명한 테이트 모던Tate Modern과 비교해 봤을 때, 테이트 모던에는 미술 문외한인 내겐 상당히 난해한 작품이 많은 반면, 사치 갤러리의 작품들은 좀 더 젊은 느낌이고 더 이해하기 쉬운 편이다. 그리고 피터 존스 꼭대기층 까페는 J언니가 데려가줘서 알게된 곳인데 멋진 전망에 반해 그 후로도 전망 보러 혼자서도 종종 가곤 한다.

우리 집 근처 지나가는 유일한 튜브 노선인 쥬빌리 라인Jubilee Line이 이번 주말 운행 안하는 바람에 시간이 두 배로 걸리는 버스를 타야만 했고, 그 버스마저도 중간에 갑자기 멋대로 운행 중단해버리는 바람에 내렸다 다시 갈아타는 등의 수모를 겪어서 오늘은 날이 아닌가 싶었지만  우리의 운이 본격적으로 트이기 시작한 건 사치 갤러리 앞에서 버스를 내리는 순간부터였다.



일단, 갤러리 앞 광장에 웬 기대도 안했던 장이 서있었던 것! 사진에 저 멀리 쪼르륵 서있는 게 장터이다. 사치 갤러리 앞에서 찍었더니 너무 멀게 나왔음ㅋㅋ

매주 토요일마다 서는 장인지 오늘만 특별히 열린 장인진 모르겠으나 어쨌든 보로 마켓Borough Market 비슷한 분위기의 장이었기에 방앗간 만난 참새들마냥 신난다고 가서 구경하다가 냄새에 못이겨 결국 브라질식 스테이크 샌드위치를 사먹고 말았다. 참고로 집에서 점심 먹고 나갔음ㅋㅋ

장 구경을 마치고는 본래의 목적지인 사치 갤러리로 들어갔다. 근데 전시관 들어가려고 하는 순간 입구에 있던 직원이 티켓을 달라고 한다. 웬만한 갤러리, 박물관은 입장료 무료인 영국의 알흠다운 관행에 따라 사치 갤러리도 본디 공짜건만 이게 뭔 소린가 싶어 당황했는데 그 옆에 있던 남자 큐레이터가 잠깐 기다려바바... 하면서 슥 들어갔다 나오더니 2인용 초대권을 갖다줬다. 리셉션 가면 티켓으로 공짜로 바꿔줄거야 함서ㅋ 리셉션에서 보니까 정식으로 티켓 사면 무려 15파운드나 하던데 덕분에 돈 굳었음ㅎㅎㅎㅎ 티켓에 써있는 거 보니까 지금 하는 게 스트라타 아트 페어Strarta Art Fair라는 거란다.

들어가보니 작품들이 얼마 전 갔을 때 봤던 작품들과는 전혀 다른 것들로 싹 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방마다 큐레이터들 이름이 걸려있는 부스로 나눠져 있는 걸로 봐서 큐레이터들이 각자 수집해온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는 듯 했다. 다들 현대 미술품이긴 한데 이번 아트 페어 작품들이 기존 작품들보다 더 흥미로운 게 많았다. 물론 귀찮아서 작품 사진까진 안찍어왔다ㅋㅋㅋ 제일 기억에 남는 작품이 뭐냐고 묻는다면 스티커로 만든 모자이크 그림. 십수년 전 중고딩들이 다이어리 꾸밀 때 쓰던 각종 스티커들을 모자이크식으로 붙여서 큰 그림을 만들어놨더라. 자세히 보면 아잉, 넌 내꼬야, 보고시포~ 요런 거 쓰여있는 한글 스티커도 볼 수 있다ㅋㅋ 암튼 만족스러운 전시였음. 무슈K 입에서 오 이거 좋다란 소리가 젤 많이 나온 전시인 듯ㅎ



우리의 공짜 티켓과 사치 갤러리. 10월 10일부터 13일까지 짧게 밖에 하지 않는 행사인데 우연히 그 기간에 맞춰와서 그것도 무료로 관람을 하다니! 히히


들어갈 땐 못 봤는데 나가면서 보니까 프라이빗한 행사로 인해 갤러리 안한다고 써있다. 근데 차라리 처음에 이거 못 본 게 다행이다. 봤으면 갤러리 닫았나보다고 울면서 되돌아갔을테니.



2차로 간 피터 존스 꼭대기 층 까페. 여기 창가 쪽 자리가 워낙 인기만점인데다 주말에 가면 사람들이 바글바글해서 특히 창가 자리 맡기 힘든데 운빨 제대로 받은 우리는 도착 하자마자 창가 자리 득템!
곧 크리스마스라고 창문에 전구를 치렁치렁 달아놨다. 사진에 보이는 딸기 타르트가 영국 디저트답지 않게 많이 안달고 맛남.


전에 찍어둔 사진. 날씨 완전 화창할 때는 요런 뷰. 사진이라 시야가 좀 답답하긴 한데 실제로 보면 창문이 옆으로 넓게 파노라마뷰로 나있어서 훨 멋짐ㅎㅎ

이 자리에서 백화점 폐장할 때까지 뭉개고 앉아 각자 가져온 책 읽다가 집으로 귀환했다.
운수 좋았던 하루는 이렇게 끝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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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스테이크 샌드위치 사진을 빼먹었네용~ 맛있었는데 또 가요 우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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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먹는데 눈이 뒤집혀서 사진 찍을 생각도 못했지염ㅋㅋ 역시 블로그를 제대로 하려면 부지런하면서도 꼼꼼해야한다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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