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itrose Cookery School 2013





영국 체인 슈퍼마켓 중의 하나인 웨이트로즈Waitrose.
우리집에서 가까운 곳에 꽤 큰 규모인 존 반스John Barnes 지점이 있는데 이곳에서 쿠커리 스쿨을 운영한다. 여기에 쿠커리 스쿨이 있다는 건 이 앞을 지나가다 문에 붙은 안내지를 보고 정말 우연히 알게된 건데 막상 한 번 수강을 해보니 커리큘럼도 수업의 질도 좋고, 다른 전문 요리학원들 대비 가격도 좀 더 저렴한 편이라 그 후로도 몇 개의 코스를 더 듣게 되었다. 게다가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정보로 미뤄보건데 웨이트로즈에서 직접 요리 교실을 운영하는 건 아마 전국에서 이 존 반스 지점이 유일한 것 같아서, 집에서 가까운 곳에 이런 좋은 곳이 있다는 건 천운이야 라고 막 혼자 의미부여하며 더욱 애용하게 됨ㅋㅋㅋ



덧붙이자면 웨이트로즈 회원 카드가 있는 경우 수강료 1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 카드만 있으면 웨이트로즈 매장 내에서 공짜 커피&차를 마실 수 있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고 나도 그 무료 음료 혜택을 종종 이용하긴 하지만 그보다도 이 쿠커리 스쿨 수강 할인이 된다는 게 더 좋다. 회원카드 만드는 데 돈이 드는 것도 아니므로 만들지 않을 이유가 없음ㅋ

여기가 동네 주민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인기가 꽤 있는지라 예약이 금방 찬다는 단점은 있다. 그래서 난 올해 들을 요리 코스들은 이미 작년에 계획 잡고 예약까지 다 해놓음ㅋㅋㅋㅋ 그리고 그 수업들 후기는 앞으로 하나하나 이 블로그에 착실하게 포스팅할 예정이다.

그러나 작년까지는 내가 블로그 업데이트에 그리 성실히 임하지 못한 관계로 요리 수업 들으러 갔을 때도 사진을 거의 찍지 않았기에 코스별로 포스팅을 올릴 건덕지는 못된다. 대신 작년 한 해 들었던 수업들을 한꺼번에 포스팅하는 것으로 짤막하게나마 기록을 해둘까 한다. 결국은 기록밖에 남는 게 없는 것 같아서 말이지.



(출처: http://www.waitrose.com/content/waitrose/en/home/inspirati
on/waitrose_cookery_school/courses.html)
가장 처음에 들었던 퍼펙트 마카롱The Perfect Macaroons 클래스. 요리나 베이킹에 관심이 있으며 달다구리한 거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눈에 홀릴 법한 제목ㅋ 그만큼 인기도 엄청 많아서 최소 4~5달 전에는 예약을 해야한다. 그런데 워낙 대기자 수가 많다보니 가끔 추가반을 개설해주는 경우도 있다. 만약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놨다면 이 추가반 개설됐을 때 메일을 받을 수 있다. 나도 그렇게해서 생각보다 일찍 이 수업을 들을 수 있었고.
 
아무튼 나의 이 첫 수업은 카오스 그 자체였다ㅋ 이 동네에 일본인과 한국인들이 꽤 많이 사는 편이라 그 수업에도 당연히 동양인들이 어느 정도 있겠지 생각하고 갔는데 백인 원주민들밖에 없어서 엄청 당황;;  선천적으로 뻔뻔함을 타고난 소수의 대인배들을 제외하곤 나와 다른 인종들 무리에 섞이게 되면 한없이 작아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나만 빼고 다들 영어를 당연히 초초초 잘함. 수업 시작 전에 각종 차와 와인, 샴페인, 간식거리들을 주는데 난 누가 말 시킬까 무서워서 구석에 찌그러져 혼자 먹음ㅋㅋㅋㅋㅠㅠ
참고로 웨이트로즈의 모든 요리 코스는 2인 1조 형식으로 진행된다. 시어터Theatre에서 튜터의 시범을 먼저 본 후 조별로 실습을 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곳을 난생 처음 간 내가 이런 시스템을 알리 만무한데다 시작부터 백인들에게 둘러싸여 잔뜩 긴장한 상태에서 생판 처음보는 백인 청년과 예상치도 못하게 한 조가 되니 난 말을 더욱 아끼게 되고 긴장은 배가 되었으며 그 긴장은 실수 연발로 이어지게 되었다ㅋㅋㅋ
그 남자애가 마카롱 필링을 만드는 동안 나는 설탕 시럽을 데우고 있었는데 온도계로 계속 체크를 하다가 시럽의 온도가 114˚C에 이르면 곧바로 불을 꺼야하는 역할이었다.  선생님이 원헌드레드포틴One Hundred Fourteen에 불을 끄랬지. 까닥 잘못 들으면 원헌드레드포티One Hundred Forty인 줄 알겠어. 후후... 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시럽을 끓이고 있었는데 그러다가 그만 내가 온도계 숫자가 140에 이를 때까지 끓여야 한다고 되려 착각하는 사태가 벌어진 거였다ㅡㅡ 그래서 그 남자애가 아직 멀었냐고 물어봤을 때도 응 아직 117˚C 밖에 안됐어. 라고 답하고ㅋㅋㅋㅋ 그 말에 걔가 화들짝 놀라는 걸 보고나서야 나도 제정신이 돌아와서 부랴부랴 시럽에 찬물을 섞고 다시 끓이는 상황이 되었다. 실수에 당황한 상태로 시럽을 끓이는데 이번엔 가스레인지 불이 뭔가 이상한 거였다. 가스불이 실처럼 가느다랗게 치솟으면서 타고 있었달까. 자세히보니 내가 들고 있던 온도계 전선에 불이 옮겨붙어 타고 올라오고 있는 거였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옆에서 내 짝꿍 오 마이 갓 이러고ㅋㅋㅋㅋ 결국 그 온도계 전선은 화재로 소실, 복구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음. 이 요리학교 생긴 이래로 이런 사고친 건 내가 처음일 듯. 온도계 태워먹었다고 자진신고 하는데 정말 땅파고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ㅡㅡ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114˚C 짜리 시럽을 완성해 마카롱 머랭을 만들고 틀에 짜서 오븐에 구워내긴 했다.



그리하여 완성된 피스타치오 마카롱... 어찌된 일인지 같은 머랭 반죽인데도 그 남자애 머랭은 하나도 안 깨지고 예쁘게 나온 반면 내꺼는 거의 다 금가고 깨져서 나왔다. 얘네들이 그나마 멀쩡하다고 선발된 거임. 그래도 짝꿍꺼는 말짱했던 게 다행이었다. 둘 다 엉망이었음 모든 게 전적으로 시럽 담당이었던 내 책임이었을테니ㅠ


담아가라고 상자도 줬다. 생긴 건 이래도 맛은 나쁘지 않았음ㅡㅡ;;



(출처:  퍼팩트 마카롱 클래스 참조 이미지와 같음)
두 번째 수업은 애프터눈 티Afternoon Tea 클래스.
스콘Scone과 베이크웰 타르트Bakewell tart , 딸기잼, 당근케익 만들기 뿐만 아니라 마카롱 만들기가 다시 한 번 더 들어가있다ㅋㅋ 근데 이 이미지가 올해 코스 정보를 퍼온 거다보니 작년꺼랑 커리큘럼이 조금 다르다. 올해엔 딸기잼과 당근케익, 마카롱이 빠지고 마멀레이드 크림과 오렌지 케익, 초콜렛 에클레어가 들어감. 헐... 이게 더 맛있어보여!!ㅠㅠ

이번에도 여전히 백초(백인초과?)현상이었지만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갔기에 저번만큼 당황하지 않았다. 이 클래스의 짝꿍은 내 또래 쯤으로 짐작되는 윔블던Wimbledon 사는 새댁.



이 날은 웬일로 과정샷을 좀 찍어뒀다. 아무도 만드는 와중에 사진찍는 분위기가 아니어서 소심하게 폰카로 찍긴 했지만ㅎ
먼저 애프터눈 티 기본 중의 기본 스콘 굽기. 사실 스콘은 독학으로도 굽고, 동네 아줌마가 운영하는 애프터눈 티 수업도 들어서 이번만 해도 세 번째다. 근데 레시피는 셋 다 다름ㅎ



반들반들하니 잘 구워져서 나왔다 :D


다음은 미니 베이크웰 타르트. 1인 당 두 개를 만드는데 저렇게 포갠 상태로 굽는다.



위의 타르트 틀이 다 구워지면 프렌져페인Frangipane 크림을 채워서 오븐에 다시 굽는다. 그러면 이런 계란과자 같은 모습으로 나옴. 참고로 왼쪽이 내꺼. 오른쪽 살짝 망한 거가 내 짝꿍 거ㅋㅋㅋ



마무리는 요렇게. 플럼 얇게 썰어 올리고, 물 섞어 끓인 플럼잼을 위에 발라 글레이즈드 해주면 완성!



저번 마카롱 클래스는 2시간짜리 저녁반이라 마카롱만 만들고 끝이었지만 애프터눈 티 클래스는 아침 9시 반부터 오후 2시 반까지 진행하는 하프데이 클래스라 점심 시간에 이런 요깃거리를 준다.  크래커에 각종 딥핑소스 찍어먹기. 딥핑소스가 엄청 다양했는데 난 핑크색 계열들이 젤 맛났다. 핫핑크는 비트루트였는데 연핑크는 무슨 맛이었는지 기억이 안나네...



이어지는 오후 수업. 마카롱 재도전!ㅎㅎ 이번엔 코코넛 마카롱이다. 사실 이렇게 위에 뿌리는 토핑을 다르게 해주는 것 외엔 머랭 자체의 맛을 다르게 바꿀 수는 없다. 색깔은 그저 식용색소일 뿐 맛과는 전혀 상관 없음. 마카롱의 맛은 머랭 사이 샌드크림이 좌우한다. 이번 샌드크림은 패션후르츠로 만드는 새콤한 맛.


안깨지고 예쁘게 구워져나왔다!!ㅎㅎㅎㅎㅎㅎ 그런데 이번엔 내 짝꿍 머랭이 다 갈라져서 나왔다. 혹시 오븐 아랫단에 넣어둔 게 잘 갈라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2인 당 오븐 하나를 쓰다보니 누군가는 윗단, 누군가는 아랫단에 트레이를 넣어야 하는데 저번 마카롱 수업 땐 내가 아랫단이었고 이번 애프터눈 티 수업 땐 내 짝꿍이 아랫단이었으니.


당근케익 위에 치즈크림 프로스팅으로 데코하기.


뭉근히 끓여낸 뒤 식힌 핸드메이드 딸기잼.



완성된 나의 디저트 접시ㅎㅎ


정식 애프터눈 티타임에 샌드위치가 빠질 수 없으므로 웨이트로즈 측에서 이렇게 공짜로 제공해주었다. 헬프 유어셀프ㅋ 여기 다이닝룸 너머의 공간이 실습 주방이다.



스콘하고 케익, 타르트만으로도 배가 불렀지만 공짜는 먹어줘야한다며 샌드위치 종류별로 다 가져와 먹음ㅡㅡ;; 나 오이 냄새 엄청 싫어해서 못먹는데 여기 연어오이샌드위치는 신기하게도 오이 냄새도 안나고 넘 맛났다. 그래서 이 이후로 종종 무슈K의 도시락 메뉴로 활용 하고 있음ㅎ

이 클래스는 레시피도 다양하게 배우고 음료, 간식도 무한제공돼서 특히 만족도가 높았다ㅋㅋ



(출처: 위 클래스들 참조 이미지들과 동일함)
세 번째 수업이자 2013년도의 마지막 수업이었던 퍼펙트 스테이크The Perfect Steak 클래스. 저녁 수업이기도 하고 메뉴가 스테이크이기도 한 만큼 무슈K와 같이 신청해서 들은 수업이다. 스테이크 굽는 정도는 요리를 싫어하는 무슈K에게도 무난할 것 같고, 이 기회에 스테이크 굽는 법 배워두면 유용할 것도 같고, 동시에 이 날 저녁끼니도 떼우겠다는 심산이었다ㅋ

무슈K와 함께 해서 심적으로 좀 더 편안했음. 이날만큼은 난 외톨이가 아니야!ㅋㅋㅠ 그런데 둘이 함께 하면 좀 더 용감해져서 사진을 더 많이 찍었을 법도 한데 어째 이 날 찍은 사진이 없다... 심지어 다 완성된 스테이크 사진조차 없음;; 진짜로 안 찍은 건지 내가 못 찾는 건지.



무슈K 핸드폰에서 겨우 건진 사진 하나. 시어터에서 튜터가 시범 보이는 모습. 이 날은 역시 남녀 커플 수강생들이 많았다.

이 날 다 좋았는데 한 가지 빈정상했던 점. 우리가 필레 조각을 좀 늦게 가지러 갔더니 큰 조각은 다 집어가버리고 작은 조각밖에 남아있질 않았다. 안그래도 먹는 양이 많은 무슈K가 이건 불공평하다 생각해 세 조각을 집어왔는데 나중에 뭐 물어보려고 불렀던 여자 보조 튜터가 이를 발견하고는 우리 질문엔 대답도 하는 둥 마는 둥 고기 접시 위에 눈 고정한 채로 지금 둘이 세 조각 먹는거네요? 이럼서 핀잔줬음. 우리가 런던 사는 동안 영국 여자들한테 몇 차례 당해서 쌓인 게 많은데 이 여자도 우리의 브리티쉬 비취 목록에 포함시킴. 영국 ㅆ...........아니, 영국 해변 목록이라구ㅡ,.ㅡ;;

암튼 스테이크 굽는 법 뿐만 아니라 스테이크에 곁들이는 베아네즈Béarnaise 소스 만드는 법도 배웠는데 우리가 온도 조절을 잘못 하는 바람에 소스가 돌이킬 수 없이 망해버려 하는 수 없이 다른 팀이 만든 소스를 얻어먹어야 했다ㅋ 그래도 스테이크는 맛있었음. 이 수업 듣기 전엔 집에서 스테이크 해먹을 때 맨날 좀 저렴한 설로인Serloin 부위만 먹었는데 이 클래스 수강 이후로 무슈K가 필레Fillet 부위를 고집하기 시작함.



이건 집에서 복습해 본 베아네즈 소스인데 그럴 듯하게 됐다ㅎ 사실 이번 무슈K 생일에 집에서 좋은 스테이크라도 구워먹을까 하여 작년 연말 여행 가기 직전에 여행 준비하느라 바쁜 와중에도 미리 연습을 해 본 거였는데 막상 생일 때 무슈K가 스테이크 됐다 그래갖고 아직 못써먹었네ㅋㅋ



수업 들으러가면 공짜로 주는 레시피북. 마카롱이랑 스테이크 수업은 짧은 수업이라 얇은 종이 파일로 주고 애프터눈 티 수업은 긴 수업이라 바인더 달린 플라스틱 파일로 줬다. 그리고 수료증도 애프터눈 티 과정만 줌. 가운데가 수료증. 나 애프터눈 티 수료한 여자ㅋㅋ

이상 2013년도 웨이트로즈 쿠커리 스쿨 후기는 끝.
2014 버전은 투 비 컨티뉴임. 그것도 아주 풍성하게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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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많이 먹는다고 구박당할때가 제일 서러워...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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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ㅋㅋㅋㅋㅋ 난 구박한 적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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