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techapel Gallery
사실 예전에는 미술관이나 박물관 가는 거 안좋아했는데 런던에 있다보니 조금 흥미가 생겼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물가 비싼 런던에서 파격적이게도 웬만한 갤러리 및 뮤지엄은 모두 입장이 공짜이니 드나들 수록 어쩐지 돈을 버는 듯한 느낌이 든단 말이지ㅋㅋ 그래서 기회될 때마다 수시로 들락날락 거리다보니 어느새 재미도 붙었다.
화이트채플이라는 나름 유명한 영드도 있지. 사실 그 유명한 연쇄살인마 잭 더 리퍼Jack the Ripper가 활약했던 곳이 바로 이 화이트채플이란 동네이고, 이 드라마는 화이트채플에 잭 더 리퍼 모방범죄자가 등장하여 이를 쫓는 현대수사물이다. 알고 보면 으스스한 동네인데 여길 방문한 건 이 드라마를 보기 전이라 그런 사연 따위 전혀 몰랐음. 걍 화이트채플이란 이름이 예뻐서 갤러리도 언젠가 가보고 싶다 생각했을 뿐... 무식하면 용감하다고ㅋㅋ
해머스미스&시티Hammersmith&City 라인의 올드게이트 이스트Aldgate East역에서 나오면 바로 옆이 화이트채플 갤러리임.
갤러리 입구.
근데 이 포스팅이 여러모로 지루한 포스팅이 될 것 같은 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한나 회흐Hannah Höch라는 작가 특별전을 하고 있어서 상설전시공간은 얼마 열려있지 않았다. 아니면 원래 이 갤러리가 상설전시는 거의 열지 않고 특별전시 위주로 운영을 하는 건지?? 아무튼 특별전은 유료인데다 한나 회흐가 얼마나 유명한 작가든 간에 구글에서 찾아본 작품들이 내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어서 딱히 돈 주고 관람하고픈 생각이 들지 않았다. 게다가 저렇게 줄까지 서서 들어가야 한다뉘. 이 작가 팬들이 들으면 답답할 소리겠지만 나의 예술 소양 수준이 그리 높지가 않아성ㅡ,.ㅡ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그나마 열려있는 상설전시관을 둘러보기로 함.
1층에 있어 제일 먼저 들어간 전시관. 이 날 화이트채플 갤러리의 상설 전시물들 중 가장 스펙타클한 규모를 보여준 Kader Attia라는 작가의 작품, Continuum of Repair: The Light of Jacob's Ladder.
사각형 형태로 둘러져있는 책꽂이 그리고 그 위의 수많은 책들.
벽에 붙어있었던 작품 설명을 대충... 그리고 내 멋대로 의역해보자면 이 작가는 세상의 모든 창조가 이미 존재하던 것들을 재가공함으로서 탄생하는 것이라 보고 그 컨셉 하에 이 작품을 만들었다 한다. 작품 타이틀에 들어가 있는 야곱의 사다리에 대해선 아무런 설명이 없었지만 뭔가 성경에 나올 법한 냄새를 풍기는 단어다 싶어 인터넷을 찾아보니 역시나 그렇다. 거두절미하고 짧게 설명하자면 하나님이 있는 천상으로 통하는 사다리라는 것.
책꽂이가 둘러싸고 있는 곳 가운데에는 박스 하나와 사다리가 하나 있다. 막상 관람할 땐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이 박스 안의 물건들이 기존에 존재하던 각종 지식으로부터 재생산된 발명품들을 나타낸 게 아닌가 싶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보면 박스 위가 요렇게 거울로 되어 있음. 그리고 맞은편 천장에도 거울이 달려있어 서로의 이미지를 무한대 반사한다. 이 거울을 통해 끝없는 길이의 책꽂이... 그러니까 끝없는 지식의 양을 표현하였고 이 지식들을 연구, 재생산해 가다 보면 천상의 수준에 점점 가까워지게 된다는 뭐 그런 것 아닐까ㅡㅡ
나의 굴욕각도샷 ㅋㅋ 예술 작품 관람 중에 난데없지만서도 거울을 전면에서 찍은 게 이 사진 뿐이어서ㅎ;;;
아무튼 두 개의 거울 사이에 설치되어 있는 한 줄기 라이트가 무한히 반사되면서 정말 천상으로 이어지는 사다리 같은 모습이 완성된다. 물론 이 때 도슨트 이런 거 하나도 없었고 지금까지 쭉 다 내 멋대로 해석한 거임. 원래 예술이란 게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근데 이것도 지금 생각해보니 아래 거울이 아니라 윗거울을 찍었어야 좀 더 천상으로 가는 사다리 느낌이 났겠네. 그랬으면 저 흉칙샷을 찍을 일도 없었을텐데ㅡ,.ㅡ
모던아트갤러리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영상작품. 그러나 나는 지금까지 이런 비디오 작품을 보고 감동을 받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죄다 너무 난해함. 난 현대 미술은 무조건 쉬운 게 좋아...... 난해하고 복잡하고 너무 추상적인 건 싫다규.
리딩룸.
각종 인쇄물들이 모여있는 곳이었는데 미술관 직원도 지키고 앉아 있고 무슨 도서관 마냥 정숙한 분위기라 밖에서 몰래 찍음ㅋㅋ 찾아보니까 화이트채플 갤러리가 소장하고 있는 자료들을 이곳에서 열람할 수 있다고 한다. 단, 온라인으로 미리 열람신청서를 작성하고 가야한다 함.
대부분의 전시관들에서 한나 회흐 특별전을 하고 있어 이 이상은 별로 볼 게 없었다ㅠ 사실 나는 요 안내문 안 읽고 이 방에 쳐들어갔다가 티켓 없다고 바로 쫓겨남ㅋㅋㅠㅠ
층별인덱스. 이 갤러리 자체가 그리 크지 않은 곳이긴 하다. 내셔널 갤러리, 테이트 갤러리 뭐 이런 곳들 생각하고 오면 곤란함. 그러나 사실 난 국립미술관 정도는 아니라도 사치 갤러리 정도의 규모 쯤은 되지 않을까 하고 오긴 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지. 화이트갤러리의 하이라이트! 나한테만 하이라이트!! 기념품 매장ㅋㅋㅋ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어떨 땐 기념품점 구경하는 재미가 더 쏠쏠할 때도 있다. 꼭 뭘 사진 않더라도 그 곳에서 하는 전시들을 잘 요약해서 보여주는 느낌이라ㅎ 그리고 런던의 갤러리나 뮤지엄들은 이 기념품점들이 잘 돼있는 편이다. 모범생의 요점정리 노트를 보는 느낌이랄까. 우리나라처럼 요기도 죠기도 전국적으로 죄다 똑같은 기념품만 팔면 반에서 꼴찌하는 애 필기노트 빌린 느낌이라해.
화이트채플 갤러리의 기념품점은 북샵 위주였지만 난 이걸 건졌음. 내가 취미로 모으는... 특히 갤러리나 박물관 가면 꼭 사모으는 천가방! 1파운드엔가 구매ㅎㅎ 저렴한 것도 좋지만 깔끔한 디쟌이라 더 좋다! 내셔널 갤러리 천가방은 죄다 명화의 일부를 정신없이 커다랗게 박아 놓은게 너무 맘에 안들어 사질 못하고 있다니깐...
가방에 그려진 그림이 바로 이 화이트채플 갤러리 건물을 그린 거다. 길 건너편으로는 한 번도 안 가봐서 이런 모습인 줄 몰랐네.
기념품점 옆으로는 까페가 있다. 유독 짧았던 관람이 아쉬워 다과나 하고 가려고 들름.
아래에서 세 번째 줄, 첼시 번즈Chelsea Buns란 걸 먹어보고 싶었는데 없다고 했다ㅠ
하는 수없이 레몬 커드 타르트Lemon Curd Tart로...
*외부 이미지 출처: http://demographiconline.files.wordpress.com/2012/06/securedownload1.jpg?w=640
이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2.0 대한민국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회화도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생각하는 1인. 작품이 어려운 것은 작가가 이상한 거임. 저 작업은 좀 별론데...ㅎㅎ)
ReplyDelete내 수준엔 딱 전에 사치갤러리에서 했던 스트라타 아트페어의 작품들이 쉽고 좋던데ㅋ
Delete거기 작업들 좋았음. 지난번 네셔널 포트레이트 갤러리에서 했던 행사도 좋았고. :-)
ReplyDelete기억 안나서 방금 물어봐놓고는!!ㅋㅋㅋㅋㅋ
Dele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