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r 3rd Wedding Anniversary
런던에서 두 번째이자 마지막으로 맞이하는 결혼기념일.
표지는 우리 결혼 앨범 사진이다.
비싼 돈 주고 찍었는데
내 하드디스크 한 구석에서 용량만 차지하고 있는 게 아까워
이번 포스팅 표지 사진으로나마 활용해보았다...
라고는 하지만
사실 이 날 표지로 쓸만한
그럴 듯한 사진을 찍지 못했다는 것이 더 큰 이유ㅋ
실제 우리 결혼한 날은 2월 19일이지만
이 날이 시어머니 생신인 관계로
결혼기념일은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Valentine's Day로
앞당겨 챙기자고 둘이 일찍이 합의를 하였고
그 전통을 지금까지 계속 이어오고 있다.
요건 결혼기념일 전날,
케익 재료를 사러 갔던 M&S 내부 사진.
2월 14일은 영국도 발렌타인데이라
온통 빨강, 핑크로 칠갑이다.
다만 우리네 발렌타인데이와 차이점이라면
이들은 대체로 남자들이
여친이나 부인을 챙겨주는 분위기라는 것.
꽃도 평소보다는 좀 더 시뻘건 꽃이 많다.
M&S나 웨이트로즈Waitrose 꽃들은
평소에도 상태나 어레인지가 괜찮은 편인데
발렌타인데이나 마더스 데이Mother's Day같은
특별한 날이 되면
좀 더 예쁘면서도 싼 꽃다발들이 많이 나온다.
그러나 난 매번 이런 날엔
꽃 살 여건이 안돼 한 번도 사질 못했다.
이미 집에 상태 좋은 꽃이 있다거나
그 주는 지출을 많이 해서
꽃 살 돈 따위 안 남아있다거나...
카드 징하게들 써대는 영국답게
발렌타인데이 특수를 노리는 카드들도 나와있다.
결혼기념일용 카드들도 따로 있긴 한데
발렌타인데이 카드들이 더 예뻐서
이 쪽에서 고르기로 했다.
어차피 둘 다 사랑이 테마이니.
구경하다가 발견한
발렌타인데이 연필 셋트.
6개의 완벽한 짝이란 제목으로
빵과 버터,
딸기와 크림
등등 열거하다
너와 나로 끝난다.
아이디어가 귀엽다ㅎㅎ
아예 액자로도 있고
티타월Tea Towel에도 쓰여있다.
이번에 M&S에서 미는 문구인 모양이다.
나는 그래서
이 문구가 쓰여있는 카드를 골랐다ㅎㅎ
이 곳은 같은 날
존 루이스John Lewis 백화점
지하 매장 분위기.
발렌타인데이 초콜렛이라며 사진을 찍었는데
지금보니 왜
부활절 달걀 초콜렛 분위기가 나지?
그래도 역시 핑크핑크.
내가 여기 온 목적은
저 뒤에 보이는 고디바Godiva.
발렌타인데이와 결혼기념일을 합침으로써
발렌타인데이는 은근 퉁치려는 속셈이 있었는데
당일이 되면 괜히 혼자 양심에 찔려
발렌타인데이 선물도
어쩔 수 없이 함께 준비하게 된다.
이번엔 간단히 저녁 외식만 하기로 했다.
난 조금 일찌감치 나가 돌아다니며 혼자 놀다가
무슈K가 학교 끝나고 오는 시간에 맞춰
약속 장소인 랭커스터 게이트Lancaster Gate역 쪽으로 출발했다.
그런데 버스타면 갈아타는 것도 없이
10분 밖에 안 걸리는 거리였건만
이 놈의 런던 버스,
또 중간에 예고없이
This bus terminates here 하면서 다 내리라 하고
다음 버스는 10분 뒤에야 오는 사태가 벌어졌다.
게다가 두 번째 버스 기사 아저씨는
내가 벨 누른 곳 지나쳐버리고
다음 정거장에 내려주시기까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버스 내린 곳에서부터
갑자기 핸드폰이 안 터져 구글맵도 안되고
무슈K랑 통화도 안돼
대체 어디로 가야하는지 난감한 상황이 이어졌는데
웬 발렌타인 데이의 외로운 영혼 하나가
버스에서부터 따라 내려서는
같이 커피 한 잔 마시러 가잔 소리 하려고
별 시덥잖은 이야기로 계속 말 걸며 쫓아오는 바람에
정신이 두 배로 없어서
여유있게 출발했음에도 한참을 헤매다
지각을 하고야 말았지만
어쨌든 결국엔 무슈K와 무사히 조우하여
식당으로 향할 수 있었다.
무슈K가 야심차게 예약해둔
앙젤리나Angelina라는 프렌치 레스토랑으로.
무슈K가 인터넷에서 리뷰도 보고 가격대도 확인하여
적당한 예산 내에서 괜찮은 평점의 식당을 고른 것인데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었다.
오늘은 발렌타인 데이 라는 것...
때문에 메뉴판은
발렌타인 데이 특선 딱 하나 밖에 없었고
거기엔 가격조차 써있지 않아
불길한 맘을 감출 수 없었지만
예약까지 하고 왔는데
박차고 나갈 수도 없으니
그냥 먹기로 했다.
레스토랑 내부 풍경 사진 따위 없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간다ㅋ
이건 뭔지 잘 기억이 안나는데
스타터 전에 기본적으로 나오는
스프였던 것 같다
이거부터 스타터.
무슈K가 시킨 것.
이름따위 기억하고 있을리 없다.
내가 시킨 스타터.
게살이었던가??
사실 어떤 게
누가 시킨 스타터였는지도
기억이 안났는데
이 사진 보고 알았다ㅋ
나의 메인요리.
아마도 오리고기.
저번 프랑스 여행 다니면서
질리게도 먹었던
마그헤 드 꺄나흐Magret de Canard랑
똑같이 생긴 걸로 봐서ㅋ
무슈K 메인요리는 깜빡 안찍었는지
아무리 찾아봐도 사진이 없다.
메인을 먹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무슈K 사진으로 대신함.
아이스크림 위에 허니콤honeycomb 올린 디저트.
설탕이랑 꿀로 벌집 흉내만 낸 거겠지만
어쨌든 이 허니콤이라는 거 맛있었다.
덜 달면서도 더 바삭한 달고나 같았달까.
무슈K가 시킨 디저트.
맛도 이름도 기억이 안나지만
색깔로 봐선
망고가 들어간 게 아니었을까 싶다.
그렇다고 그닥 인상에 남는 요리도 없었던 앙젤리나...
그런데 식사 마치고 받은 영수증이
매우 인상에 남았더랬지.
메뉴판에 가격 안 써있는 거 봤을 때부터
어느 정도 각오는 했지만
그 각오의 2배~3배를 넘어서는 가격;;
그래도 무슈K가 바쁜 와중에
신경 써서 예약까지 해주었으니
일단은 고마워만 하고 잠자코 있었다.
그리고 한참 후에 넌지시 말을 꺼냈다.
내년 결혼기념일부터는 그냥
좋은 고기 사다가
집에서 스테이크 구워 먹자고.
무슈K도 사실
앙젤리나 계산서 보고
그 말이 하고 싶었다고 했다ㅋ
집에서는 내가 만든 케이크로
소박한 축하 파티.
근데 케이크 대박 망했다ㅋㅋㅋㅋ
내가 구상했던 건 저런 모양이 아니었는데....
홍대 피오니 딸기생크림 케이크 같은
그런 모양이었는데....
아이싱에서 한 번 망하고
딸기 있는 거 아낌없이 다 쓰겠다고
무리하다가 두 번 망했다.
아니, 솔직히 아이싱에서 일단 망하니까
나머지 데코는 자포자기였다ㅋㅋ
측면에서 가까이 보면
망한 아이싱의 처참한 모습을
더 잘 볼 수 있다.
그리고 왜인지 영국 생크림은
뽀얀 하얀색이 아니라
누리끼리한 색이 난다.
왜 때문이죠?
옆에 초콜렛은
발렌타인데이 초콜렛인데
사실 까만 상자에 담긴 초콜렛만
무슈K를 위한 거고
분홍상자에 담긴 초콜렛은 내꺼다.
무슈K는 술을 못 마시는데
이 초콜렛은 안에 술이 살짝 들어있거든.
하지만 식욕을 자극하는 이 핑크색 통에 든 초콜렛이
과연 어떤 맛일지 궁금해 견딜 수는 없고 해서
하는 수 없이 나에게도 선물했다ㅋㅋ
샴페인은 M&S 자체 브랜드인
우디노Oudinot.
예전에 무슈K 동기네 집에 초대 받아 갔을 때
처음 마셔본 샴페인인데
참 맛있어서 이름을 눈여겨 봐뒀다가
마침 M&S에서 5파운드나 세일하길래
냉큼 사왔다.
그 때 마셨던 건 화이트 샴페인이지만
로제 샴페인과 둘 중에 뭘로 할까 고민하다
딸기 케이크도 있고 하니
로제로 선택했는데
화이트보다 못해서 조금 실망했다.
그래도 모에 에 샹동Moet et Chandon보단 낫다.
이 샴페인 역시 순전히 나를 위한 선물ㅋ
케이크가 비록
모양은 망했지만
맛은 괜찮았다.
차랑 함께 먹으면 더 좋다.
근데 케이크를 넘 크게 만든데다
냉장고에 들어갈 자리가 없어
계속 밖에 둘 수밖에 없었고,
먹을 사람은 둘 밖에 없고
주변에 나누어줄 비쥬얼도 아니었고
그나마도 무슈K는 바빠서
계속 집에 늦게 들어와
먹을 시간조차 없었던 탓에
결국 다 못먹고 썩어서 버려야 했다ㅠㅠ
나의 선물 증정식.
저번 크리스마스 프랑스 여행 때
B&B에서 발견한
매그넘 세계2차대전 사진집!
아마존 검색해보니
다행히 영문판도 있어서
바로 선물로 점찍어 두었다.
무슈K 선물을 거의 매번
사진집으로 때우는 듯 하지만
본인이 갖고 싶은 선물이 없다고 하면
난 사진집 밖엔 생각나는 게 없소.
뒤의 쇼핑백은 포장지 대신이다.
다음 번에 선물 줄 때 재활용하려고
선물 증정 후 다시 수거했다.
포장지는 낭비입니다ㅎㅎ
위에서 말한 그 카드.
크기가 좀 많이 커서
내용 꽉 채우느라 힘들었다는 게
흠이라면 흠이지만
디자인은 지금까지 산 카드 중
제일 맘에 든다ㅎㅎ
무슈K가 내게 준 선물.
이미 어디에서 뭘 사달라
콕 집어 말을 해놓은 터라
택배로 왔다.
그런데 날짜 못맞춰서
결혼기념일 다음 날 도착했다는 사실ㅋ
예쁘지만 과대한 포장.
내가 요구한 선물은 바로
앞치마ㅋㅋ
그렇다.
저번 슈가크래프트 클래스에서
튜터가 하고 있던 앞치마다.
가슴까지 전체 다 덮는 앞치마는
요리할 때 쓰고
허리 아래로만 덮는 앞치마는
꽃꽃이나 슈가크래프트 할 때 써야징.
작년 결혼기념일 때 찍은 사진을 마지막으로
이번 포스팅을 마무리해야겠다.
삼성에서 피카딜리 서커스의 광고판에
행인들 즉석 사진을 찍어 띄워주는
발렌타인데이 이벤트를 하고 있길래
우리도 냉큼 참여했었다.
나름 피카딜리 전광판에
우리 결혼기념일 홍보도 한
기념비적인 날인데
아무런 포스팅을 하지 않고 넘어갔기에
이제라도 사진을 올린다.
올해엔 발렌타인데이 바가지를 썼지만
작년엔 그래도 발렌타인데이 덕을 봤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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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젤리나 졸리 바가지. 흑...
ReplyDelete오... 갠찮은데? ㅎㅎㅎㅎ 내가 담엔 웨이트로즈에서 배워온 프렌치 코스요리로 차려주겠어! 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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